괜히 왔다 개강파티라는 게 원래 이렇게 시끄러웠었는지

Posted by 트럼프h
2016. 5. 28. 12:24 카테고리 없음

 

 

 

 

 

 

괜히 왔다 개강파티라는 게 원래 이렇게 시끄러웠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학교 앞의 작은 호프집을 꽉 채우다시피 한 우리 과 학생들 중 내가 아는 얼굴은 한 손에 꼽고도 손가락이 남는다. 그것도 친하다 싶을 만한 사람은 없고 이름까지만 아는 정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보다 좀 늦게 입대할걸 하는 생각도 든다.

후라이팬이 어쩌고, 베스킨라빈스가 어쩌고하며 술 마시기 벌칙 게임을 신나게 하고 있는 후배들 사이에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끼어드는 것도 뭣해서 그냥 혼자 술잔을 비웠다. 앞에 놓여진 소주병을 들어 빈 잔을 채우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손이 병을 가로채더니 내 잔에 따른다.

 

 

 

 

 

 

자기 잔에 술 따르면 옆에 있는 사람이 삼 년 동안 재수 없대요.”

술기운 때문인지 볼이 빨갛다. 어깨를 조금 넘는 머리카락이 꾸밈없이 늘어져 있고, 보통보다 크다 싶은 눈이 약간 무례할 만큼 빤히 나를 바라본다. 볼에 대비되어서인지 얼굴이 뽀얗다. 아까 모두에게 소개되어 박수를 받은 서희재라는 학생회장이다.

선배님 맞죠? 몇 학년이세요?”

“2학년.”

, 복학하셨구나. 저는 3학년이라 수업 때 뵐 일은 없겠네요. 아쉬워라.”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싹싹하게 말을 붙여온다. 학생회장답게 붙임성이 좋은 것 같다.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 뻔한 내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며 맞장구를 친다. 아니, 그녀가 말하고 내가 맞장구친다는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새로 생긴 공대식당의 메뉴에서부터 정문 앞에 늘 생기는 빙판에 넘어진 사람, 도서관의 난방은 너무 빵빵해서 잠이 온다느니, 어느 것이나 우리 학교 학생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화제들만 줄줄이 꺼내는 것도 나를 배려해서일까.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이야기 할 상대가 있다는 것도 꽤 괜찮고, 내용 없이 떠드는 것도 즐거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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