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는 예전에 비해 훨씬 고분고분해져 있었다

Posted by 트럼프h
2016. 8. 9. 14:56 카테고리 없음

 

 

 

 

 

 

윤희는 예전에 비해 훨씬 고분고분해져 있었다

 

 

 

 

 

 

 

 

 

이제는 씻기도 잘했고 성당도 잘 다녔다. 더 이상 소리도 많이 지르지 않았다. 내가 요리를 할 때면 옆에서 종알대며 도와주기도 했다. 윤희는 나에게 잘 보이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말이 별로 없어지셨지만 윤희가 얌전하고 여성스러워진 걸 기특해하셨다. 그래서 윤희가 없을 때 칭찬을 많이 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었다. 그 즈음 나는 같은 성당에 다니는 누나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면서도 나는 차마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자, 누나가 준 편지가 다 찢어져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윤희를 찾았다. 윤희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윤희에 입술에는 죽은 엄마의 새빨간 립스틱이 칠해져 있었다.

 

 

 

 

 

 

입술에서 많이 빗나가게 칠해진 빨간 립스틱을 바른 어린 윤희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 애의 눈은 이상한 광채를 띄고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 따위 편지-.

윤희는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갑자기 나에게 입을 쭉- 맞췄다.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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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대로 양 볼은 푹 꺼져 있었다 언젠가

Posted by 트럼프h
2016. 8. 3. 13:31 카테고리 없음

 

 

 

 

 

 

엄마의 말대로 양 볼은 푹 꺼져 있었다 언젠가

 

 

 

 

 

 

 

 

 

보았던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 속의 사람 같기도 했다. 여자는 그대로 하늘 어딘가로 빨려들어 갈 것처럼 양팔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었고, 상체는 구부정하게 밖으로 조금 나와 있었다. 길게 늘어진 꽃무늬 치마에 헐렁한 티셔츠들을 여러 겹으로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집히는 대로 입은 것 같았다. 여자의 모습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은 이렇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도대체 옆집 여자가 왜 그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한참 보고 있어도 익숙해지기는커녕 더 무섭기만 했다. 어두운 아파트 내부와 내 등 위의 가로등 불빛의 대조 때문에 얼굴의 음영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나는 그 얼굴을 흘끔흘끔 보면서 저 사이로 어떻게 지나가나 걱정했다.

 

 

 

 

 

미친 사람 앞에서 내가 남자라는 게 무슨 소용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년이 힘까지 세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았다. 그때 마침 중년의 두 남자가 내 옆을 지나쳐 입구로 들어가려는 게 보였다. 두 사람은 옆집 여자를 흘끗 보더니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나갔다. 나는 그에 놀라면서도 얼른 둘을 따라 들어갔다.

집에 들어온 나는 불을 끈 방에 누워 밑에 서 본 여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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