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꺼낸 사람 중의 몇명이 고인의 집에 가서 직접 돈을

Posted by 트럼프h
2016. 6. 14. 15:36 카테고리 없음

 

 

 

 

 

이야기를 꺼낸 사람 중의 몇명이 고인의 집에 가서 직접 돈을

 

 

 

 

 

 

 

찾아봐야겠다며 일어서서 나간다. 그 사람들이 나가버리자 그들이 앉았던 자리가 문득 휑하다. 아버지가 두 눈을 질끈 감으신다.

나는 내내 밖에서 서성거린다. 방이 비좁아서 내 궁둥이를 들이밀 데가 없기도 하거니와 여러 사람의 입내가 뒤섞인 방안의 공기에 숨이 막힐 것 같아서다.

고인이 살던 집의 천장을 직접 뜯어보겠다며 우르르 몰려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 와중에도 내 생각에 골몰한다. 평생 혼자서 살아가는 것은 저런 거짓말을 하고 다녀야 할 만큼 쓸쓸한 일이구나.

 

 

 

 

돌아오는 기차간에서 J가 준 봉투를 열어보았다. 봉투 속에는 그의 석사 논문집 한 권과 만 원짜리 지폐 열 장이 든 하얀 편지봉투, 그가 직접 만든 것 같은 새해 달력과 크리스마스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크리스마스카드에는 추신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만약 우리의 만남이 계속된다면 이 돈은 다음번에 오실 때 여비에 보태시고, 아니면, 멀리까지 와 주신 것에 대한 제 마음입니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기차에서 그 짧은 글을 볼 때까지만 해도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을까,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그런데 조금 전 큰아버지가 했다는 일억 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한 거짓말이 문득 생각났다. 나는 님프의 서류에 내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적지 않았던가. 님프에서는 J에게 나를 공무원이라고 소개했을 텐데, 그는 혹시 내가 공무원인 줄 알고 편지를 보냈던 걸까? 어쩌면 그랬을 것 같고, 또 어쩌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것도 같다.

온종일 하늘이 캄캄하더니 마침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함박눈이다.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