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자고 내민 그의 손이 커다랗다 어색하게

Posted by 트럼프h
2016. 7. 12. 08:41 카테고리 없음

 

 

 

 

 

악수하자고 내민 그의 손이 커다랗다 어색하게

 

 

 

 

 

 

 

 

맞잡은 두 손이 위로, 아래로, 느리게 움직인다.

그는 다시 빗속으로 사라졌다. 여자 남자 놀이는 남자가 여자를 바래다주는 것으로 끝나야 정석이 아니던가? 그는 이 놀이에 한 치의 미련도 남기지 않은 듯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어딘가로 떠나갔고, 나는 스쿠터를 가지러 인사동 골목을 향해 더딘 걸음을 내딛는다.

그래. 그와 나는 이렇게 다시 완전한 타인이 되어 서로에게서 멀어져 간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여전히 부모님 집에 있었다. 새벽 5시가 넘도록 세상모른 채 잠들어있었다니,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해 피로가 많이 쌓인 모양이다. 제 시간에 출근하려면, 지금쯤 집에 가서 준비를 해야 한다.

곤히 잠든 식구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샤워를 하고 나서, 열무김치를 챙겨 집을 나섰다.

아직 아침이 시작되지 않은 동네는 조용하다. 부지런한 직장인들이 간혹 바쁜 걸음으로 저만치 앞서 가고, 신문을 배달하는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리고 우유 배달을 하는 웬 젊은 남자가 커다란 수레를 끌고 덜컹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찢어진 청바지에, 하얀 면 티셔츠를 입은 그 남자는 다리가 늘씬하게 긴 것이…….

 

, 연우 씨!”

 

우유 배달부가 반갑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앞으로도 뒤로도 꼼짝을 못하고 우뚝 멈춰 서서, 단걸음에 내 앞까지 다가온 그의 얼굴을 멍하니 올려다본다.

이 남자의 이름이 이재우라고 했더랬다.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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