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부유하던 커다한 기계덩어리에서부터

Posted by 트럼프h
2016. 6. 27. 17:00 카테고리 없음

 

 

 

 

 

 

 

하늘을 부유하던 커다한 기계덩어리에서부터

 

 

 

 

 

 

 

 

발을 내 딛었을 때, 냄새가 났다. 짭짤하고 단 냄새. 순간 돌아왔다, 하고 숨을 들이켰다. 짜고 달큰한 냄새. 한국의 냄새였다.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몰랐다. 나라마다 냄새가 다르다는 것을. 그곳은 달고 건조한 냄새가 났다. 기름 냄새 같기도 한 그것을 나는 버터 냄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내리쬐는 태양을 보자, 태양의 냄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토록 건조한 공기이건만, 열기만큼은 폐부를 찌를 것 같아서 나는 숨을 삼켰다. 나는 그곳의 공기가 불편했다. 그녀를 매료시킨 것만은 사실이지만 나에게는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는 것 마냥, 껄끄러웠다. 그 공기 속에 있다가, 이 달큰한 냄새를 맡자 긴장마저 풀리는 느낌이 든다.

 

 

 

 

 

 

 

집으로 돌아와 우편함을 확인했다. 달갑지 않은 핸드폰요금, 수도요금, 전기요금 따위가 보인다. 확인하지 말껄. 손바닥만한 우편함을 보며 한숨을 쉬어본다. 확인하지 않았으면 요금서도 들어있지 않았을 텐데 하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이 든다. 그것들을 손아귀에 확 채어서 집으로 들어간다. 가방을 내려놓고, 목도리를 풀고, 코트를 벗었다. 으슬으슬하다. 한국은 한창 겨울인데, 호주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과 정반대에 위치한 호주라는 나라는 계절도 완전히 반대였다. 단 며칠이었지만 여름 속에 있다가 겨울로 오니 너무 추웠다. 감기기운이 도진다. 나는 보일러 온도를 조금 높였다. 차라도 한잔 먹을까.

 

 

 

 

 

삐이- 물이 끓는다. 나는 불을 끄고 머그잔에 물을 부었다. 페퍼민트 잎이 금세 우러나 잔 속에 초록색 물이 넘실댄다. 향긋한 그 향을 맡자 그제야 덜덜 떨리던 몸이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문득 머그잔에 눈이 갔다. 실수로 깨도 아깝지 않을 호주 관광 상품. 하얀 몸통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늬가 둥글게 들어가 있고, 역시 둥글게 AUSTRALIA라고 찍혀있는 컵. 무식하게 크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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