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고 나니 나만 빼고 가족 전체가 이사 갔다더라

Posted by 트럼프h
2016. 5. 28. 12:03 카테고리 없음

 

 

 

 

 

 

 

전역하고 나니 나만 빼고 가족 전체가 이사 갔다더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처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내가 전역하기 바로 전에 이사를 온 곳이다. 그런데 그 새로 이사한 집이라는 게 시골구석에 처박힌 아파트라서, 이렇게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택시를 타야한다. 지금 나와 함께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내가 사는 아파트의 주민일 것이다. 말을 걸어 합승한다면 네 사람이 한 번에 탈 수 있지만 대부분은 조용히 혼자 기다린다. 택시기사 역시 한 사람씩 태워 나르는 것이 이익이라 굳이 권하지도 않는다. 내 앞에 기다리던 세 사람이 차례로 출발하고 나는 조금 더 기다리다 드디어 택시에 탄다.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묻기 전에 굳이 내가 먼저 말을 한다. 젊어 보이는 택시기사도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하는 대답도 없이 그대로 출발한다. 서로 말을 붙이기도 애매한 기본요금 거리라 입을 다문 채로 그냥 있는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하고, 얼마라는 말 또한 하지 않고 내민 손에 기본료 이천 이백 원을 건넨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인사를 하려다가 잠깐 망설였다. ‘감사합니다’? 돈 준건 난데 내가 왜 감사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수고하세요’? 예전에 어른에게 수고하시라고 하는 건 건방진 말이라는 얘길 들은 것 같다. 젊어 보이긴 해도 확실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 택시기사인 것 같아, 그냥 택시 문을 닫아버리고 돌아선다.

집으로 올라가자 큰방의 문 안에서 잘 다녀왔는지 물어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닫혀 있는 큰방의 문에 대고 짧은 대답을 하고서 내 방으로 들어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어머니가 밖으로 나오는 일은 퍽 드물어졌다. 그래서 집안의 분위기는 마치 빈 집과도 같은 분위기가 난다.

 

 

 

 

 

어질러진 책상을 대충 치우고 컴퓨터를 켠다. 과제를 하고 아르바이트까지 마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 얼마 전 시작한 이 부동산 아르바이트는 재택근무라 편하고, 급여는 썩 많은 편은 아니라도 용돈 쓸 정도는 충분하다. 내가 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단 부동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게시판에서 오늘 해야 할 부분을 확인한다. 이곳에 내가 매일 할 일이 올라오며 업무 보고도 홈페이지를 통해서 한다. 부동산에서 보내 준 원룸 사진들을 컴퓨터의 포토샵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깔끔하게 꾸민 다음, 사진과 함께 첨부되어있는 설명과 함께 부동산 홈페이지에 올린다. 또 원룸을 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까페에 들어가 각자 조건에 맞는 원룸을 추천해 준다. 월급날이 되면 돈은 통장으로 들어온다. 억지로 웃어가며 다른 사람을 상대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 아르바이트의 좋은 점 중 하나이다. 고등학교 때 잠깐 했었던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는 정말 피곤했다. 손님에게 주문을 받는 카운터 업무는 대부분 여자 직원들이 했지만, 여럿이 일한다는 것 자체가 신경 쓰였다.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