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좀 많긴 한데 뭐 좋아요 공무원은 요새 꽤 인기

Posted by 트럼프h
2016. 6. 12. 15:47 카테고리 없음

 

 

 

 

 

 

나이가 좀 많긴 한데 뭐 좋아요 공무원은 요새 꽤 인기

 

 

 

 

 

 

 

 

있는 편이라서 괜찮은 상대를 맞출 수 있을 거예요. 요즘은 남자도 나이 든 사람이 심심찮게 들어오니 어디 한번 해 봅시다. 말 나온 김에 오늘 오후 늦게라도 나오실래요?”

여자가 호들갑스럽게 내게 물었다.

나는 이삼일 내에 찾아가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내려놓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왜 그랬을까? 얼토당토않게 공무원이라니 도대체 어쩔 심산으로 거짓말을 한 걸까? 나는 직업을 속인 게 영 찜찜하긴 했지만 결국 그냥 두기로 했다. 솔직히 이 나이에 듣도 보도 못한 달력 공장에 다닌다고 하면 맞선은 고사하고 누가 거들떠보기나 할까.

사실 우리 회사는 여타의 달력 공장보다 일거리가 많고, 재정 상태도 비교적 튼실한 편이다. 그러나 살면서 달력 공장을 단 한 번이라도 떠올려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달력을 쳐다보면서 살 텐데 정작 달력 공장에는 관심을 둘 리가 만무하다.

 

 

 

 

 

 

우리 공장에서는 주로 사찰이나 불교 신자들이 쓰는 달력을 제작한다. 7월과 8, 이 두 달 동안에 이듬해의 달력을 만들기 시작한다. 물론 이때는 우선 여러 절에 본보기로 보낼 달력을 만들기 때문에 양이 그다지 많지가 않다. 8월 하순경에는 만들어진 달력을 종류별로 포장해서 전국의 사찰에 보낸다. 그러면 각 사찰에서는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양만큼씩 주문해온다. 이즈음부터 우리 공장은 매우 소란스럽다. 온종일 전화벨이 울리고, 기계가 돌아가고, 밤늦도록 전깃불이 환하고, 택배 회사 직원이 들락거린다. 그리고 사무실 한쪽 구석에 포개 놓은 자장면 그릇이 자주 눈에 띈다.

내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여러 가지다. 직원들 월급을 계산하고, 전화를 받고, 택배회사를 부르고, 각종 장부를 관리한다. 9월에서 12월까지의 성수기에는 보통 이삼십 명의 임시직원이 더 필요한데, 이때 필요한 직원을 구하는 일도 내 몫이다. 그러니까 사장이 꼭 나서서 해야 할 일과 달력을 직접 제작하는 일 외에는 거의 모두가 내 소관이다.

 

 

 

 

그래서 7월부터 12월 말까지 나는 말도 빨리하고, 밥도 빨리 먹고, 숨도 빨리 쉰다. 심지어는 화장실에도 허둥지둥 뛰어간다. 2년 전만 해도 내 일을 도와주는 여직원이 한 명 있었다. 그러나 온 세계의 경기가 폭삭 가라앉던 그 무렵에 직원 수를 줄였다. 그렇다고 있던 직원을 강제로 내보낸 것은 아니다. 때마침 그 여직원이 결혼을 앞두고 사직서를 낸 것인데, 그 후임을 새로 채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요즘은 아주 바쁜 시기에만 잠깐씩 아르바이트생을 쓴다.

내가 이곳에서 일한 지는 십오 년쯤 된다. 나를 이 회사에 소개한 사람은 내가 다니는 절의 주지 스님이다. 나는 스무 살이 채 안되었을 때부터 도시 근교의 한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나는 어떤 사람 때문에 마음을 많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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