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지류를 따라 코스모스 꽃길을 걷는다

Posted by 트럼프h
2016. 4. 20. 14:23 카테고리 없음

 

 

 

 

 

 

 

낙동강 지류를 따라 코스모스 꽃길을 걷는다

 

 

 

 

 

 

 

 

 

한 쪽은 꽃이 졌고, 한 쪽은 아직 많은 꽃이 피어 있다.

씨앗 뿌리는 시기를 달리했거나

햇빛이 편애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진 꽃도 핀 꽃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둔치에는 갈대와 억새가

듬성듬성 무리지어 말라가고 풀들도 서로 엉켜서

월동준비를 한다. 사람을 메마르게 하는 것은 빈틈이 보이면 계속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다.

 말로 지치게 만들어 체념하는 것이 빈틈이다.

설령 맞지 않아도 반복하면 가짜가 진짜가 된다.

그녀의 남자는 그들을 변호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틈을 찾아내려 했다.

그들은 그 틈 사이로 비난을 채워 넣어 경고하는 방법을 에둘러 표현했다.

 

 

 

 

서문시장에서 옷감을 떠 왔을 때였다. 원하는 옷감이 어떤 건지 그녀에게 일임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옷감을 보면 마음이 변했다. 그녀의 남자는 그들의 말을 이어가듯 옷감의 질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아주 중요한 대화는 알맹이 없이 끝났다. 그들의 말에서 진심어린 말들은 다 숨어버렸고 진실의 말은 들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하지만 ‘좋은 세상’에 사는 그녀를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겉포장이 내용물의 가치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형을 통해 내용물의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조금씩은 갖고 있었던 듯하다. 그녀는 털 하나 없이 길기만 한 생쥐꼬리처럼 징그러운 날들에게 야금야금 하루를 먹히고 있었다. 그 느낌은 하루의 어느 부분이 개운하지 않도록 했지만 꼬집어 뭐라 말하기 어려웠다. 모호한 경계에 속해 있으면서 만취한 사람을 감당하고 있다는 갑갑한 느낌이 이어졌지만 대거리를 할 상대가 없었다. 그들은 생각이 같았고, 방향이 일치했지만 그녀는 잘못 신은 신발같았다. 반쯤은 그녀에게 반쯤은 그들에게 걸쳐진 그녀의 남자는 돌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혼란 사이에 스스로를 두고 판단을 미루었다. 그들의 힘에 맞서는 일은 생활비와 직결된다고 보는 것 같았다. 그녀의 남자는 부모를 위한 도덕의 잣대가 높았고, 그 도덕적 의무는 그녀에 속해 있었다. 그 두려움을 견디는 일은 그녀 위에 군림하는 것이었다.

 

 

“바지 하나 만들어 줘.”

“싫어,”

그녀의 남자만 들은 게 아니었다.

그들의 집에서 저녁 먹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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