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적한 거리에서 내렸다 그녀도 나를 따라

Posted by 트럼프h
2016. 6. 24. 16:26 카테고리 없음

 

 

 

 

 

 

 

나는 한적한 거리에서 내렸다 그녀도 나를 따라

 

 

 

 

 

 

 

 

 

내렸다. 그다지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거리는 너무나도 인적이 뜸했고, 황량함도 비치고 있었다. 날씨도 흐려서 하늘이 보이지도 않았다. 정말이지 자살하기에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날이었다.

나는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빌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황량한 거리 위에 불쑥 서 있는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덩어리는 미적 감각이 없는 나의 눈에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나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왔다. 빌딩 안에 들어가니까 혼란스러운 광경이 보였다. 비바람에 철골구조물이 녹슬어 여기저기 붉은 줄이 죽죽 그어져 있었고, 온갖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불빛도 거의 없어서 나는 핸드폰 불빛으로 간신히 방향을 찾고 있었다.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야!

 

 

 

 

나는 핸드폰을 그녀에게 비추었다. 그녀가 내 앞까지 와서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쉬었다. . 너 걸음이 너무 빨라.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덩어리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녀의 높은 목소리가 황량한 폐 빌딩과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핸드폰 불빛이 꺼지자 빌딩 안은 완전한 어둠으로 가득 찼다. 가로등의 희미한 주황빛만 멀리서 어스름하게 보였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멀리 가로등의 주황빛을 응시하다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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