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이 통에 담긴 수면제를 다 먹어버리면 영원히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매일 같이 이렇게 반복되는 짓을 그만 둘 수 있지 않을까? 그건 더 이상 PC방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고 영원히 내가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자유롭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통에 들어 있는 수면제를 전부다 바닥에 부었다. 서른 개가 넘는 알들이 쏟아졌다. 나는 컵에 물을 따르고 그 수면제 들을 전부다 움켜쥐었다. 내가 그토록 꿈꾸던 것이 일어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참 웃긴 일이 일어났다. 약을 먹으려고 하는데 정작 내 몸이 그것을 막는 것이었다.

그 악몽 속에서 영원히 잠들면 어떡하지? 그러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 악몽 속에서 죽게 되면 사는 것보다도 끔찍하잖아. 그래, 죽지 않고 살아야해.

죽지 않으려는 무수한 핑계거리들이 내게 말을 했다. 살려고 하는 내 몸의 부속품들이 하는 말이었을까?

그토록 원하면서도 정작 그 순간에 용기가 없다니. 정말 한심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매일 수면제와 생수가 담김 컵을 잡으면서 내 몸의 부속품들이 쏟아내는 목소리와 끈임 없이 씨름하다가 잠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