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십대 초반이었을 때 민성이에게

Posted by 트럼프h
2016. 7. 8. 18:52 카테고리 없음

 

 

 

 

 

아직 이십대 초반이었을 때 민성이에게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겁난다고.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애 낳고 애 키우고 그렇게 늙어 갈 것이 두렵다고.

민성이는 그 말을 몹시 못마땅해 했다.

“왜? 난 너랑 같이, 나 닮은 아들 하나 낳고 싶은데? 상상해 봐. 나랑 똑같이 생긴 녀석이 아빠, 엄마, 그러면서 막 안기고 그러는 거. 좋잖아?”

“그런 게 싫은 건 아냐. 그렇다고 내가 애를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그냥 평범하게 살다 죽는 게 겁나.”

“너, 바보냐? 아직 살날이 창창한데 죽을 걱정은 왜 해?”

 

 

 

 

 

그렇게 핀트가 어긋난 말로 나를 격려하는 민성이에게 나는 솔직해지지 못하고 슬쩍 웃어 보이기만 했다. 나름대로 심각했는데도 더 말을 섞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콤플렉스라도 있는 듯, 나에게 ‘평범함’은 늘 괴로운 고민거리였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마치 득도한 승려처럼 내가 그렇게까지 ‘평범함’에 몸서리치게 된 까닭을 알아내고서 자조했다.

국민학교 무렵의 기억은 희뿌연 안개 같다. 늘 공상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길을 걸으면서도,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도, 화장실에 앉아서도, 심지어 밥을 먹으면서도, 나는 항상 공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 무렵,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과 같이 선명한 기억이 한 가지 있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을 면담하고 집에 돌아온 엄마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연우야, 학교가 재미없니?”

내가 뭐라고 답했더라? 그건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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