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다수는 아직도 마음속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상처는 아버지나 어미니 때문에 생긴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버지도 어린 시절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 상처를 우리에게 옮겨주었다. 만약 마음속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우리도 그 상처를 우리의 자식, 손자들에게 옮겨줄 수 있다. 우리가 마음속의 상처를 더듬어내어서 치유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마음의 상처의 상처를 왜 치료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는 글이 또 어디에 있을까. 이 글을 읽고 나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보았다. 예전에 할머니께 들으니 장남인 아버지는 고모나 삼촌들이 잘못했을 때도 대신 매를 맞았다고 한다. 그 때 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입버릇처럼 ‘나는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절대 때리지 않을 것이다’, 다짐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를 한번도 때리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는 카프카가 쓴 산문에서 내 마음에 딱 와 닿는 구절을 찾았다.

‘저는 항상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과 판단은 저를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모멸의 나락에 빠뜨릴 수 있는데도, 어쩌면 아버지는 그런 것에 대해 그다지도 철저하게 무감각하신가 하는 점이었지요. 저도 이런저런 말을 해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적이 있지만, 그럴 때 저는 늘 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고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