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장롱을 발견한 것일까

Posted by 트럼프h
2016. 5. 6. 16:03 카테고리 없음

 

 

 

 

 

 

 

 

열려있는 장롱을 발견한 것일까

 

 

 

 

 

 

 

 

 

 

 

 김해명은 자신의 정신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덥석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어. 저 망할 노인네가 설마 살인마였을 줄이야.’

그가 후회를 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무언가 무거운 물건이 끌리는 소리와 계단을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투두둑 스윽스윽 뚜벅뚜벅, 투두둑 스윽스윽 뚜벅뚜벅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어느 새 문 앞에서 멈췄다. 그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지만 정신을 다잡았다.

그래. 문이 열리는 순간 문을 밀치고 뛰어나가자. 밖으로 열리는 문이니까.’

그가 결심을 세웠을 때 문손잡이가 돌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몸을 날릴 순간을 세기 시작했다.

철컥.

하나. .’

문이 삐그극 하고 살짝 열렸을 때 을 센 그는 어깨로 문을 팍 밀치며 몸을 날렸지만 무언가에 부딪쳐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 뭐야? 한명 더 있었네? "

생각지도 못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문이 완전히 열리며 강력한 불빛이 그에게 비춰져 잠시 눈을 찌푸렸다. 그러다 자신과 부딪힌 물체가 노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넘어진 자신의 옆으로 노인이 널브러져 있었다. 열린 문 앞에 선 여자는 싱긋 웃었다. 김해명은 그 모습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문은 마치 사탄을 보좌하는 악마 같아 보였다. 여자가 잠시 그를 랜턴으로 비추다가 입을 열었다.

"운이 좋네? 난 하루에 한명밖에 못 죽이니까. 나가 봐도 좋아. 그나저나 이 할아버지만 불쌍하네. 니 덕에 겨우 사나 했더만 "

 

 

 

 

 

 

 

김해명은 무슨 소린지 이해가 되지 않아 노인을 바라보았는데 그만 눈이 크게 떠지고 말았다. 노인의 낯빛은 새까매져 있었다. 그가 혹시나 하여 노인의 코에 손가락을 대었을 때 여자는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죽어있었다. 그를 묵게 해주었던, 그리고 그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했던 노인은 눈알이 용수철처럼 돌아간 채 축 늘어져있었다.

, , ,”

김해명은 입을 벌리고 입을 옴짝달싹 하다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여자를 밀치며 미친개 마냥 달렸다. 여자는 벽에 부딪치면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태양같이 크게 웃었다.

 

 

 

 

 

 

 

그가 가게를 허겁지겁 나왔을 때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 있었다. 그는 다시는 이 망할 저주받을 동네로 오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탔다.

"청신으로 가주세요. 최대한 빨리. 더블로 드릴게요. "

택시기사는 그의 몰골에 인상을 찌푸리다가 더블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운전대를 잡았다. 택시는 빠른 속도로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큰 대로가로 가고 나서야 김해명은 온몸에 힘이 다 빠짐을 느꼈다. 택시기사는 앞 거울로 그를 보며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급해서 대구까지 택시를 타고 갑니까?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는 막 뭐라 말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었다. 말해봐야 나만 미친놈 취급당하겠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해명은 무너진 심신을 다잡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아닙니다. 그냥 급해서요.”

택시기사는 무언가 사정이 있는가 보다 싶어 그 말 이후로 말을 걸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택시는 이차 선을 넘나들며 빠르게 그 동네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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