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차게 뛰쳐나가는 정 검사를 보며 쓴웃음을 지은

Posted by 트럼프h
2016. 6. 28. 10:56 카테고리 없음

 

 

 

 

 

기운차게 뛰쳐나가는 정 검사를 보며 쓴웃음을 지은

 

 

 

 

 

 

 

 

 나는 교도관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시작했다. 어차피 결정적인 단서는 정 검사가 물어오겠지만 나라고 놀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아무리 정 검사가 내 손 안에서 놀아나는 서커스 쇼의 호랑이 같은 처지라고 해도 후배만 고생시키는 건 마음이 불편하니.

불순한 의도로 시작된 탐문 수사는 예상대로 별 소득 없이 끝났다. 교도관들에게 들을 수 있었던 곽 교위에 대한 이야기는 곽 교위가 성실하고 부지런했다는 것, 독실한 신자로 많은 제소자들의 교화에 앞장섰다는 것, 곽 교위와 사공만걸은 살해되기 전날까지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곽 교위가 가끔 사공만걸에 대해 다른 교도관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사공만걸에 대한 이야기 역시 별 수확이 없었는데, 사공만걸은 수감 중에도 몇 번이나 난동을 피워서 징벌방(외부에는 없다고 감추지만 엄연히 존재하는)에 갇혔다는 것,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몇 년간 독방에서 지냈다는 것, 하지만 지난달부터 갑자기 국어책을 가져다 달라던가, 성서를 읽고 싶다는 등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정도만이 새로운 정보였다.(밤중에 독방으로 향하는 곽 교위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열쇠까지 내준 경비교도대원의 업무태만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나.)

 

 

 

 

 

길고도 허무했던 탐문 수사를 마치자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오늘의 수사를 여기서 끝마치면 기다려주는 이 없는 집으로 쓸쓸히 돌아가야겠지. 아내가 없는 빈 집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왔다. 저무는 해와 가을빛으로 물든 쓸쓸한 교도소 건물을 처량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아내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이번 사건이 끝나기 전까진 아내를 떠올리지 않으려 했는데도 자꾸만 마음이 그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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