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비린내 자희는 욕지거리를 힘겹게 씹어

Posted by 트럼프h
2016. 7. 14. 10:08 카테고리 없음

 

 

 

 

 

 

이놈의 비린내 자희는 욕지거리를 힘겹게 씹어

 

 

 삼킨다. 지하철 2호선 낡은 열차 바닥에 껌처럼 달라붙었던 시선을 사납게 떼어 주변을 둘러본다. 또 어떤 정신 나간 계집애가 생리 중에 스커트를 입고 공공장소에서 비린내를 풍기는지 차가운 시선이라도 한바탕 던져줄 양이다. 날이 선 자희의 눈빛이 머쓱하도록, 치마는 없다. 무뎌진 시선은 다리를 있는 대로 벌리고 앉은 채 신문을 펼쳐 든 맞은편의 중년 남자에게 무심코 던져진다. 신문 넘기는 소리가 귓가에 거슬린다.

 

 

 

 

남자의 양 쪽으로 검정색 나이키 야구 모자를 눌러 쓴 마른 체구의 남자와 핸드폰을 강아지 쓰다듬듯 만지작대는 어린 여자애가 앉아있다. 둘은, 특히나 여자애는 온 몸을 잔뜩 움츠린 채다. 분리수거를 위해 압축된 빈 알루미늄 캔 같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던지, 여자애는 달그락거리며 몸을 틀어본다. 자희의 앙상한 몸에 순간적으로 미미한 경련이 인다. 맞은 편 좌석 전체를 점령한 듯한 중년 남자를 머리끝부터 훑어 내려가던 자희의 시선이 순간 멈춰서 남자의 사타구니 사이를 억세게 잡아챈다. 참, 부럽구나.

 

 

 

 

 

어디서든 그렇게 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자희는 남자의 다리를 밧줄 따위로 칭칭 동여매는 상상을 하며 그곳을 집요하게 쏘아본다. 잠시 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한다. 또 시작이야. 자희는 급히 입을 틀어막고 숨을 참는다. 다음 역까지는 길어야 2분이지만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토악질을 해봤댔자 나오는 것은 신물뿐이다. 그래도 여기선 안돼. 자희는 온갖 악취와 비린내를 내뿜으며 타인의 숨 쉴 권리조차 빼앗는 그런 종류의 인간에는 결단코 편입되고 싶지 않다. 숨을 멈춘다. 대신에 왼손 엄지 끝을 오른손 엄지 끝으로 강하게 누른다. 동시에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는 침을 억지로 쥐어짜내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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