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0킬로미터로 달리는 작은 스쿠터는 빌딩 숲

Posted by 트럼프h
2016. 7. 8. 18:30 카테고리 없음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리는 작은 스쿠터는 빌딩 숲

 

 

 

 

 

 

 

 

 도심에서도 여유롭다. 이탈리아의 난니 모레티(Nanni Moretti) 감독이 영화 『나의 즐거운 일기』에 직접 주연배우로 출연해 스쿠터를 타고 로마 시내를 휘젓고 다녔듯, 나도 그렇게 서울 시내를 질주한다. 언젠가는 뜨거운 아스팔트 거리를 벗어나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한적한 시골 길을 달리고 싶다. 내가 실제로 그렇게 할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그건 슈퍼컴퓨터를 돌려도 알 길이 없을 테다. 왜냐하면 그건 내 마음이니까.

 

 

 

근처 주차장에 스쿠터를 맡겨 놓고, 느긋하게 지대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엄마가 좋아하는 전통 찻집이다. 차맛뿐 아니라, 그 나른한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한다. 벽마다 가득한 낙서, 손님들이 이러저런 감상을 끼적여 놓은 일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취미에 맞는 모양이다.

엄마를 찾아 찻집 안을 한참 두리번거렸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흡연석에 앉았을 리는 없고,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나? 혼자 앉은 사람은 안 보이는데.

 

 

 

 

 

 

“뭐하니?”

바로 코앞에 등지고 앉아 있던 중년 부인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놀랍게도, 중년 부인은 일행이 있다. 그것도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남자와 함께 있다. 엄마…….

이 작은 몸집의 중년 부인은 겉보기에 한없이 인자하다. 그러니 감히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실은, 그녀가 아주 간교한 말솜씨를 타고나, 남을 감쪽같이 속이는 데도 무척 능하다는 것을.

낯선 남자는 나를 보고 왠지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는다. 반팔의 회색 정장 셔츠를 말끔히 차려 입은 그는 입가에 부드러운 주름을 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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