샀어 이제 이걸로 연락 취하면 돼

Posted by 트럼프h
2016. 5. 16. 21:54 카테고리 없음

 

 

 

 

 

 

 

 

샀어 이제 이걸로 연락 취하면 돼

 

 

 

 

 

 

 

 

제가 싱긋 웃자 소연은 빠르게 손을 뻗어 제 전화기를 바닥으로 쳐냈어요. 씩씩대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그녀는 화가 난 듯 했어요. 도대체 뭣 때문에? 제가 전화기를 꺼낸 게 잘못인 건가요? 그녀는 제가 뭘 잘못했기에 화가 난 거죠? 왜 그래, 라고 묻자 그녀는 제 앞에 만 원짜리 지폐를 던졌어요. 지폐가 공기 중으로 가볍게 떠다니더니 제 커피잔 옆에 살포시 착지했죠. 커피 값이야, 라고 말하며 소연은 가방을 챙기며 벌떡 일어났어요. 그녀는 몸을 틀더니 카페의 입구를 향해 걸었어요. 또각또각 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빠르게 울려 퍼졌죠. 그 하이힐 소리를 타고 지금이 아니면 그녀를 다시는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제 머릿속으로 들어왔어요. 저는 멀어져만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일어났어요. 의자다리가 끼익거리며 내는 마찰음이 들림과 동시에, 제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왔어요.

 

 

 

 

 

 

이름이 불려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구의 문을 열려고 했죠. 저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며 그녀를 향해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그녀가 문을 열던 것을 멈추더군요. 순간적으로 카페 안에 조용해졌어요. 서빙을 하던 아르바이트생들도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움직이던 구둣발을 멈췄어요. 카페 안의 손님들이 뭐야, 뭐야, 하는 시선으로 저와 소연을 번갈아봤어요. 소연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더니 저와 눈이 마주쳤어요. 그녀는 당혹스런 낯빛을 하고 있었죠. 입술이 뭐라고 오물거렸어요. 저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멀리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죠. 카페 안이 조용한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거든요. 아마 그녀가 말을 아예 하지 않고 입 안으로만 말한 듯해요.

 

 

 

 

 

 

소연이 카페 밖으로 완전히 나가자 그녀를 쫓아 저도 덩달아 나갔어요. 카페의 유리문이 덜커덩거리며 닫히자 그녀는 도서관문을 나서고 있었죠. 저도 도서관 문을 열고 빠르게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랐어요. 제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마도 카페 아르바이트생인 듯해요. 그도 그럴 것이, 전 커피 값은 일체 지불하지 않고 나왔었거든요. 아아, 탁자 위에 소연이 둔 만 원이 있는데 그거로는 모자랐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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