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너를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Posted by 트럼프h
2016. 6. 24. 16:06 카테고리 없음

 

 

 

 

 

 

그때 너를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술이 거의 다 떨어져 나는 술을 더 시켰다.

나는 그때 사람이 아니었지.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어. 머리가 시키는 게 아니라, 매일 해오던 데로 했기 때문에 베인 습관 때문에 움직이고 있었을 뿐이지. 그때, 네 얼굴이 보였어.

그런데 잘 알지도 못했던 나를 믿기로 한 거지.

그녀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술집 안에 사람들이 계속 밀려 들어왔고 소란스럽게 자기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그녀는 옆 테이블을 보면서 짧게 말했다. 옆 테이블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즐거운 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너를 따라가라고 내 지우개가 시켰어. 그때 너의 얼굴을 보면서 어떤 게 떠올랐는지 알아?

나는 안주로 시킨 소시지 하나를 입에 넣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썩은 오징어 냄새.

썩은 오징어 냄새?

그래, 썩은 오징어 냄새였어. 너에게서 그런 지독한 냄새가 나더라. 너의 그 냄새는 너무나도 고약해서 당장에라도 토해버리고 싶을 정도였지.

 

 

 

 

술집 안에는 제니스 조플린의 피스 오브 마이 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플린의 허스키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취기에 올라 있는 내 기분을 가볍게 자극했다.

그럼, 대답해. , 너는 그때 뛰어내리지 않은 거지?

그녀가 다시 나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그 눈빛에서 나는 오 년 전의 그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두려움과 반가움이 함께 교차했다. 아니 모르겠다. 도대체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내가 알고 있는 어휘를 총동원하더라도 그것과 어울리는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