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소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결국은

Posted by 트럼프h
2016. 7. 7. 13:07 카테고리 없음

 

 

 

 

 

 

 

추억을 소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결국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떠다니는 나 자신. 이제 와서 그녀와 내가 닮은 점이 있다면 우리는 둘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투 안을 보니 엽서가 한 장 들어있었다. 엽서 안의 풍경은 단지 사막이었다. 인물도, 배경도 없이 단지 사막.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단지 그런 사막. 그래, 가야한다. 나는 그곳으로 가야 했다. 그곳이 그녀가 처음으로 선택한 곳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책상위의 유골함이 나를 쳐다본다. 뭉뚱그리고 앉아 있던 그것은 그제야 일어나서 자기주장을 했다.

 

 

 

 

 

 

 

 

그리로 보내달라고. 미안하다던지 부탁한다던지 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왠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유골함을 가지러 호주로 가던 때처럼. 나는 또 한 번 그녀의 뜻대로 이곳으로 가야만 했다.

친구에게 쪽지를 한 장 남기고 나는 뒤돌아 나섰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서럽다고 느껴졌다. 널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고 고양이 말로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이 친구가 널 좋아해.

 

 

 

잘 보살펴줄꺼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고양이가 들어있는 케이지를 친구 집에 내려놓았다. 케이지를 놓은 손에는 이제 얇은 종이 한 장이 쥐어져 있다. 그녀의 엽서였다. 사막 풍경이 새겨진 엽서의 뒷면에는 Sahara Des.라고 아주 작게 쓰여 있었다.

1월 23일. 나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손에는 비행기 표 한 장이 쥐어져 있다. 출발시간 23시 30분. 대한항공 마크가 찍힌 그 종이쪽지가 날 그녀의 지령대로 인도해 줄 것이다. 마음이 편하다. 안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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