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 옷을 입고 아무런 티도 안내다가

Posted by 트럼프h
2016. 6. 21. 15:57 카테고리 없음

 

 

 

 

 

긴팔 옷을 입고 아무런 티도 안내다가

 

 

 

 

 

 

 

그런 소릴 하면 설득력 없어요.'

"‥‥히유."

D와 만나면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탓에 K는 사실 D를 약간 껄끄러워 하고 있었다. 거기다 이 여자는 자신은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을 마구 해집어 놓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가령‥‥

'그러고 보면 머리를 묶었네요. 저처럼 그냥 다니는 게 어때요?'

이렇게 말하면서 K의 머리꽁지를 스윽스윽 훑는다거나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던가.

"‥‥생각 없어. 여자도 아니고."

'어머나, 그럼 애초에 머리를 기르지 마셔야죠?'

 

 

 

 

"‥‥‥‥."

K는 그냥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이로울 거라 생각했다. 사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는 그가 과거에도 여러 번 내린 결론이었다.

 

둘이서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 세 가로수 길은 끊어져 버렸다.

'여름보다는 가을이 더 멋질 듯한 길이었어요.'

 

 

 

 

"아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과연. 역시 당신과 나는 마음이 통하는 구석이 있다니까요.'

"‥‥‥‥."

하지만 아무래도 영양가 없는 대화는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기에 K는 겉으로는 다 죽어가면서 속으로는 비명을 질렀다.

'어라, 왠지 힘이 없어 보이네요. 그러고 보니 식사는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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