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가 여고동창모임이 있다면서

Posted by 트럼프h
2016. 5. 10. 21:33 카테고리 없음

 

 

 

 

 

 

오늘은 아내가 여고동창모임이 있다면서

 

 

 

 

 

 

 

 

 

점심을 먹은 뒤 쌩하고 나가버렸다.

저녁을 먹기로 했다면서 왜 벌써 나가는 건지, 가게는 내팽개치고 나간 아내 때문에 그는 기분이 언짢았다. 가게 문을 일찍 닫으려는데 가게 입구 쪽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영업 안합니다.”

등을 숙인 채, 바닥을 쓸고 있던 그는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에는 앞코가 뾰족한 와인색 하이힐을 신고 무릎보다 약간 짧은, 청록색 바탕에 콩알만한 검은색 도트무늬가 찍힌 쉬폰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있었다.

그는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이 마치 빚쟁이라도 만난 듯하다.

 

 

 

 

 

 

그는 황급히 바깥을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그는 누가 볼세라 문을 닫았다.

둘은 한참 동안이나 아무 말이 없다가,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

그의 눈빛에는, 여자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여자 때문에 당황한 기색도 있었다.

전화도 안 받고, 민박집에 물었더니 짐을 싸서 나갔다고 하고, 그래서 당신 회사에 전화했더니, 퇴직했다더군요. , 내 전화 안 받았어요? 전화번호도 바꾸고."

그는 여자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난 아무 할 말이 없어요. 그냥 돌아가 주세요.”

물어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당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나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 관계가 추접스런 것이었나요?”

그녀의 가냘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난 더 이상 당신을 만날 수 없어요. 제발 그냥 돌아가줘요."

여자는 그의 대답에 실망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끝내 짓이겨지지 않은 오기에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여자, 정인숙은 1년 전 그가 지방근무를 갔을 때 만난 여자였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받은 지방발령, 거기다 직책도 보잘 것 없어졌다. 회사로서는 그에게 사직권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는 감내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가장들이 그러하듯이, 자존심보다는 가족의 안녕을 위한 선택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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