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추봉훈은 별안간

Posted by 트럼프h
2016. 7. 1. 22:16 카테고리 없음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추봉훈은 별안간

 

 

 

 

 

 

 

 

 사십 년쯤 잊고 살았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추봉훈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두 번째 첩이었다. 두 번째 첩이었으므로 어머니는 악착 같이 살아야만 했다. 본처와 첫 번째 첩의 핍박에도 추봉훈을 그 집의 적자들 못지않게 자라나게 하기 위해 모진 일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맛있는 것이라면 훔쳐서라도 가져왔고 추봉훈의 책을 사주기 위해 몰래 자신의 몸을 팔았던 적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헌신의 개념 그 이상이었다. 그랬으나 결론적으로 그녀는 미처 보상받기도 전에 죽었다. 남겨진 것은 추봉훈 뿐이었다. 이후 그가 그들의 눈살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와 멀리 상경한 것이나 그러해서 남들처럼 배우지 못한 것이나 그리하여 막일을 하며 근근이 살게 되어버린 것이나 모조리의 것은 진부하다 못해 너덜거릴 지경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추봉훈도 잊고 살았다.

 

 

 

 

 

 

봉훈이 니는 항상 떳떳하게 살그라이.”

와예.”

떳떳한 사람은 무조건 잘 살게 돼있다.”

근데 어무이는 와 그른교.”

내는 떳떳하게 못 살았다. 그니까 니라도 떳떳하게 살아라, 이 말인기라.”

알겠심더.”

 

 

 

 

알겠심더. 추봉훈은 그때처럼 발음해보았다. 알겠심더 떳떳하게 살겠심더. 어머니는 몰랐을 것이다. 떳떳하게 살아도 떳떳하게 살아지지 않는 삶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령 당시 어머니의 삶 역시 그랬다는 것을. 추봉훈은 몇 잔의 소주를 연거푸 가차 없이 들이켰다.

만유의 주님 그대를 사랑하시니.

플래카드가 걸린 교회 앞은 쉼 없이 사람으로 북적였다. 추봉훈은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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