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향냄새가 풍기는 실내는 조문객들의 슬픔을

Posted by 트럼프h
2016. 5. 14. 20:41 카테고리 없음

 

 

 

 

 

 

 

은은한 향냄새가 풍기는 실내는 조문객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쓰다듬어 주려는 듯 유난히 하얗게 빛나는 형광등 덕분에 상당히 환했다. 하지만 시선이 바닥과 가까워질수록 눈에 들어오는 까만 조문객들이 사뭇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장례식장안에는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좌식 식탁에 앉아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TV에서 흔히 보던,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문행렬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격식이 있고 슬픔이 넘쳐나는 장례식장이 아니었다. 그곳은 세상살이에 지친 서민의 모습을 투영 하듯이 소박하고 조용하고 잔잔한 달동네 같았다.

 

 

 

 

 

 

정면에 정장을 입고 왼팔에 검은색 두 줄이 그어진 삼베완장을 찬, 키 큰 사내가 서있었다. 성근이형이었다. 오랜만에 본 형은 체격이 눈에 뛸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군 생활을 할 당시 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 홀쭉해진 볼과 튀어나온 광대뼈 그리고 며칠 면도를 안했는지 까칠하게 난 수염들이 초췌한 인상을 더 부각시켰다. 발갛게 충혈 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억지로 끌어올린 그의 입 꼬리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일 년 만의 재회가 장례식장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 유감스러웠다.

 

 

 

 

 

 

 

향을 올리고 두 번 절을 했다. 화환들 사이로 고이 놓여있는, 양쪽 모서리에 대각선으로 검은색 테이핑이 된 영정사진에 잠시 시선이 머물렀다. 그녀의 얼굴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모습과 유사했다. 끝이 약간 처진 눈과 굳게 일자로 다문 입술, 작고 동그란 얼굴은 세월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주름으로 가득했다.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는 표정은 인자하면서도 강한 어머니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성근이형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건 내가 별칭으로 불리기 시작하고 6개월 정도가 지난 후였다. 예비군훈련에 사용할 총기함 20개를 만들라는 대대장의 특명이 떨어지고, 우리는 모든 훈련을 열외하고 밤낮으로 파이프를 자르고 용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때는 누구의 간섭도 없고 단둘이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정해진 일정대로 돌아가는 군대였지만 시간 활용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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