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잔을 들었다 술이 내 식도를

Posted by 트럼프h
2016. 6. 23. 14:29 카테고리 없음

 

 

 

 

 

 

 

그래 나는 잔을 들었다 술이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머리가 한층 가벼워졌다.

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나는 너의 그런 모습을 보자 너를 믿기로 했지.

그녀가 종업원을 불러 물과 간단한 안주를 시켰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너를 믿기로 하는 순간부터 나는 죽는 게 싫어지더라. 그때부터 나는 죽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어.

그래서 넌 뛰어내리지 않은 거야?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 눈은 매의 눈처럼 뚜렷하고 매서워져 있었다. 나는 그녀가 변했다고 확신했다. 더는 그때처럼 그녀를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한국과 보스턴 정도가 아니라, 지구에서 카시오페이아, 아니 물리적인 거리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차원에서 사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 나는 일반적인 학생들처럼 학교에 다녔고, 주말에는 학원을 갔다. 쉬는 시간이면 게임이야기나 연예인 이야기를 했고, 가끔은 피시방에 가서 스타크래프트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따위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세상에 넘쳐나는 평범하고 수많은 고등학생 중 하나였다. 내가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나 역시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구 교시 한국지리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마침내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대충 기억하면 그때의 나는 황폐해져 있었다. 감각을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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