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그날 저녁 남자에게 바로 연락했다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만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결혼했다. 나는 여기까지만 듣고도 대충 뒷이야기가 그러져 괜히 불안해졌다.

얘기를 이어가자면, 결혼하고 얼마 후 남자는 회사를 차리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여자는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그에게 주었고, 그것도 모자라 부모님께 물려받을 재산을 미리 받아 그에게 다 내주었다. 여자는 그렇게 자신이 한 만큼 남자가 자신을 사랑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는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집에 들어오는 일이 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 일을 마친 여자가 집에 돌아와 보니 집 안에 있던 그의 물건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는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자취를 감췄다. 그러고도 몇 개월 뒤 여자에게 그의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아내와 한 명의 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사실을 여자가 납득을 하든 못하든 일은 이미 끝난 거였다.

결국 여자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온 여자를 여자의 아버지는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혼 전에 조금만 알아보았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화를 냈으며, 아무리 남편이지만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내주고도 회사 한 번 찾아갈 생각을 못했느냐고 다그쳤다.

 계속 되는 아버지의 질책에 여자도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를 원망했으나 점점 모든 게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여자는 스스로가 수치스러웠다. 결국 여자는 일도 관두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게 되었다. 잘 먹지도 않고 방에 쪼그려 앉아 멍하니 바닥만 보고 있는 여자를 보며 여자의 어머니는 걱정이 들었다. 남편에게 적당히 좀 하라고 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