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잘 잤으며 친하게 지내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진

Posted by 트럼프h
2016. 5. 3. 16:02 카테고리 없음

 

 

 

 

 

 

 

잠도 잘 잤으며 친하게 지내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진

 

 

 

 

 

 

 

 

공모전도 꽤나 착실히 준비했다. 하지만 무언가를 잊은 기분이 들었고,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떠안은 채 살았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무의미함의 연속이라 느껴질 때, 나는 겨우 생각해냈다. 공모전 사진을 제출하러 가는 길에 탄 지하철 안에서. 슬픔이 무엇인지 잊고 살던 나에게 쓰라린 아픔을 가져온 그것. 향기라는 아이의 부재였다.

향기는 이름처럼 아무도 모르게 다가왔다가 흔적도 없이 내 곁을 떠났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방법 하나 남겨주지 않고 떠난 아이가 너무나 미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운 마음은 사라지고 불안한 마음만이 남았다. 또래 아이들이 향기처럼 보이는 환상을 겪기도 했다. 나와 향기의 추억이 빛바랠수록 아이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그거 알아요?’

‘뭘?’

‘바다를 가질 수 있는 방법.’

‘바다를 가지고 싶니?’

‘아니.’

‘그럼 뭐가 갖고 싶은데?’

‘말하면 아저씨가 줘요?’

‘들어보고.’

‘그럼 말 안할래요.’

아이가 사라지기 전에 물어봤어야 했다. 없어질 걸 미리 알았더라면 본인을 통해서 직접 듣고 싶은 얄팍한 마음 따위 내던지고 뭐든 다 들어주었을 텐데.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인 걸 알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그거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끝없이 부서지는 파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바다의 품으로 돌아갈 거면서 자꾸만 발끝으로 와 닿으려는 파도의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 모든 것이 향기와 닮아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눈물 한 방울이 차가운 파도 속으로 떨어졌다.

새벽 6시 20분. 날이 점점 밝아지면서 어둠에 잠겼던 방안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던 연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잠은 이미 깨어있었다. 하지만 추운 겨울 아침공기에,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 속은 그에게 천국처럼 느껴졌다. 이불 안에서 발가락을 꼼지락대던 그는 심호흡을 한 후, 큰 결심을 했다는 표정으로 이불 속에서 빠져나왔다. 하루 중 빛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기에, 일어나서 카메라를 손에 쥐지 않으면 후회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연우는 어려서부터 사진을 좋아했다. 사진작가가 직업인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평소 작업에 방해된다며 어린 그를 자주 데리고 다니진 않았지만, 한 번씩 당신의 기분이 좋을 때마다 그의 동행을 허락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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