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더럽고 추접하기 짝이 없는데 피만은 순결하고

Posted by 트럼프h
2016. 7. 6. 15:13 카테고리 없음

 

 

 

 

 

인간이란 더럽고 추접하기 짝이 없는데 피만은 순결하고

 

 

 

 

 

 

예쁘다는 거다. 인간 몸에 들어있기 아깝다나. 그때 그녀의 무용담이 생각났었다. 그때 그 무용담은 조금의 가감도 없는 사실이 아니었을까. 사람 갖고 장난치지만 말아라, 라고 했더니 글쎄, 하고 작은 새처럼 키득키득 웃었다. 잠시 웃던 그녀가 너는 어디 대학 가는데? 하고 물었다. 나는 국문과. 소설가가 되고 싶어. 그래, 너라면 할 수 있겠다. 언젠가 내 얘기도 써주라. 그래.

 

 

 

 

 

 

딱 한 번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가 사랑한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인 어느 여가수의 노래. 그녀가 먼저 이어폰으로 그 노래를 들려주었다. 노래는 아주 슬펐다. 그 목소리는 감정이 치닫다가도 음산해지는 듯, 아름다운 음색이다가도 슬픔에 지친 듯, 소름이 돋을 만큼 고음이었다가도 이내 땅 끝까지 내려가는 듯 했다. 느리고 단조로운 멜로디는 깊은 수렁 같았다. 하지만 왠지 귀에서 쉽게 떨쳐낼 수 없는 목소리의 노래였다.

 

 

 

 

 

 

노래 어때? 그녀가 물었다. 그저 그래, 라고 말했다. 이윽고 그녀는 방금까지 듣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듣는 그녀의 노랫소리. 나는 놀랐다. 그녀는 여가수와 똑같은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감정도 기교도 음색도 같았다. 그때 생각에는 노래 정말 잘한다, 하고 칭찬했을 뿐이지만 지금 생각하자니 그 목소리를 닮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던 걸까. 왜 나는 그 노력을 이제야 짐작할까.

어쩐지 그녀가 내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아스라이 멀어진 기억을 되새기면서 조금씩 조금씩. 그 시절보다 지금이 그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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