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어떻든 상관없다 단지 사랑을 하면

Posted by 트럼프h
2016. 6. 17. 10:51 카테고리 없음

 

 

 

 

 

 

 

시작이 어떻든 상관없다 단지 사랑을 하면

 

 

 

 

 

 

 

 그뿐이다. 그토록 바라던 뒷 근무자가 곧 올 것이다. 이제는 그를 대신할 누군가가 오겠지. 그는 담배를 태우고 싶어진다.

그는 편의점 밖으로 나간다. 밖은 여전히 어둡다. 익숙한 손짓으로 담배를 꺼내 문다. 희뿌연 연기가 차가워진 공기에 아련히 퍼진다. 마치 그의 숨결 같았다. 편의점 밖으로 뉴스가 들려온다. 북쪽 어느 지방에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겨울이 찾아온다. 그는 이제 차갑게 식어버린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의탁할 곳은 집밖에 없었다. 455분이다. 애국가가 들려온다. 그는 경건한 마음으로 애국가를 따라 부른다. 4절까지 계속되던 노래는 5시가 되자 끝났다.

노래를 불러도 그녀 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뉴스가 들린다. 억척스럽게도 주파수를 물고 늘어진다. 뉴스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사건 사고를 말하고 있다. 손님이 들어온다.

 

 

 

 

 

 

소주 한 병 얼만교?”

그는 1,400원을 받고 소주를 팔았다. 머리숱이 허옇게 센 노인이었다. 뉴스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는가 싶더니 편의점 밖에서 방금 나간 노인의 넋두리가 들려온다. 그가 내다보니 노인은 밖에 놓아둔 의자에 앉아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노친네가 미쳤나?”

그는 팔짱을 낀 채 계산대 뒤쪽에 놓인 진열장에 몸을 기댔다.

박정희, 왜 죽였어! 박근혜, 왜 이렇게 죽이려고 난리야. 지들이 무얼 한다고. 요즘 대학생은 무얼 하나? 멍청해서 사회 나가면 다 얼어 죽지. 망할 놈의 대모나 해대고 말이야. 이명박? 그는 무얼 하고 있어? 신문을 봐도 다 허깨비 같은 얘기뿐이지. 개새끼들. 5만 원짜리 봤나? 그 누리끼리한 것이 술 한 잔 먹으면 5천 원짜리랑 구별도 안 된다더니만. 그 죽일 놈은 되지도 않은 것만 만들어 재끼네. , 개새끼들.”

 

 

 

 

노인은 편의점으로 들어와 허공에다 대고 욕을 내뱉는다. 노인이 다시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신다. 노인은 허깨비와 대화한다. 일방적인 대화지만 노인은 열을 올린다.

이봐, 너 나한테 뭐라 했어? ? 이 죽일 놈이.”

밖의 넋두리가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노인이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그를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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