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경험 부족이라고 해야 하나 단순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박 교위는 20여년을 이쪽에서 근무해 온 사람이다. 미란다 원칙 같은 건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봐, 정 검사. 곽 교위는 지금 영장도 없이 임의로 구속된 상태야. 이런 상태에서 진술 을 받아봤자 곽 교위가 재판에서 그것을 부정하면, 진술서를 기소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고. 그럼 물증만으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데 재판에서까지 곽 교위가 묵비권을 고집해 봐. 그럼 우리 둘 다 당분간 진급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지.”

“그럼 어쩔 겁니까? 이야기가 밖에 새 나가기 전에 기소까진 마쳐야 할 텐데 말입니다.”

나는 안색이 어두워진 정 검사에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어차피 물증을 봐도 정황을 봐도 곽 교위의 단독 범행임은 틀림없어. 아직 밝혀지지 않 은 건 범행 동기뿐인데,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그걸 찾는 거야.”

“범행 동기 말입니까?”

“그래, 범행 동기. 곽 교위랑 사공만걸이 사이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그런데 이번 사건 은 아무리 봐도 원한 관계 같단 말이야. 만일 두 사람의 관계를 찾아낸다면 그걸로 곽 교 위의 입을 열게 만들 수 있을 거야.”

난 자신에 찬 목소리로 정 검사에게 말했고, 그 말에 힘을 얻은 듯 정 검사의 안색은 점점 밝아져갔다.

“정 검사는 곽 교위랑 사공만걸이 주소지를 중심으로 조사해봐. 필요하면 지역 경찰 협력 은 얻어도 좋은데, 입단속 시키는 건 절대로 잊지 말고.”

“네,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