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10월의 어느 토요일,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Posted by 트럼프h
2016. 5. 10. 22:15 카테고리 없음

 

 

 

 

 

 

 

1년 전 10월의 어느 토요일.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그가 제일 먼저 해야 했던 일은 하숙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사 정수기 공장 근처의 한 마을을 배회하다가 어느 집 담장 안에 있는 커다란 감나무를 보았다. 그 감나무는 담 위에 그 담 하나를 더 얹은 것보다도 키가 클 것 같았다. 그는 감나무가 있는 집으로 걸어갔다. 마침 그 곳은 한옥으로 지어진 민박집이었다. 그는 더 볼 것도 없이 그 집에 하숙하기로 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는 지금도 생각한다. 그 민박집 담벼락에 그렇게 큰 감나무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들어간 민박집에 주인할머니 인상이 그토록 푸근하지 않았더라면, 할머니가 그에게 이발을 해야겠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민박집 가까이에 있는 이발소가 그날 하필 문을 닫지 않았더라면 그와 인숙은 지금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민박집에서 점심을 먹고, 이발을 하려고 밖으로 나왔다. 민박집에서 바로 보이는 이발소는 문이 닫혀있는 바람에 5분쯤 더 걸어서 할머니가 말한 숙이미용실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미용실 앞 화단에는 연보라색 수국을 심어 놓았는데, 꽃이 지고 꽃눈이 맺혀있었다.

어서 오세요."

, 머리를 좀 다듬으려고요."

, 여기 앉으세요."

그가 미용실의자에 앉아 마주하는 벽에 걸린 거울을 보는데, 미용실 여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거울 속 그를 보고 있었다.

혹시 이사 오셨어요?"

아니, . 그런 셈이죠. 일 때문에 잠깐 머물게 됐습니다."

 

 

 

 

 

 

 

 

원래 사시는 곳은 어디세요? , 제가 괜한 걸 물어보네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집은 서울에 있습니다."

, ."

 

머리를 자르고 말쑥해진 그는 다시 민박집을 갔다. 하늘은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방 안에서 TV를 보다가 주인 할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그는 식구들 생각이 났다. 그는 집에다 전화를 걸었다. 대학교에 다니는 큰딸이 전화를 받았다.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