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30분 쯤 되어서 포항에 도착했다
밤 8시 30분 쯤 되어서 포항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져온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나는 내리면서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인사였지만, 건성으로 “어 그래.”라는 성의 없는 대답에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 일일이 대꾸할 시간조차 매우 아까운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에게 올 연락을 기다리는 듯 인사를 무시하고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저씨 사람이 인사를 그런 식으로 받으면 안되죠!’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말을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삭힐 뿐이었다. 과민반응 할 필요는 없었다. 밤바다처럼 조금씩 흔들리는 감정을 추스르며 버스에서 내렸다. 상쾌한 바다내음을 기대했건만, 거대한 버스 꽁무니에서 나오는 매연 냄새와 문 열린, 화장실 바닥에 미끈하게 칠해진 왁스 냄새 밖에 나지 않았다. 터미널은 평일이라 그런지 썰렁했다.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터미널? 맞은편에서 택시타고 선린병원으로 오면 될 거야. 선 린 병원. 가까우니까 택시비 걱정 말고, 아마 요금이 3000원 정도밖에 안 나올 거다.”
“선린병원요? 알겠습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선린병원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대꾸도 없이 요금정산기의 버튼을 눌렀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그 지역 지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택시를 타면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였다. 왠지 먼 길로 돌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창문을 내리고 멍하니 포항의 밤거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바람이 차가웠다.
예상대로 택시는 죽도시장 주변을 두어 번 맴돈 후, 북부해수욕장 근처의 선린병원으로 나를 안내했다. “길이 막혀서 약간 늦었네요.” 택시기사의 능청스러운 변명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 ‘누굴 바보로 아나? 일부러 시장 옆 샛길로 돌아온걸 알고 있는데.’ 3000원 정도 나올 거라는 형의 말과는 달리 요금정산기에는 5900이라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병원의 정문 오른쪽,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파란색 바탕에 흰색글씨로 ‘장례식장’ 이라고 쓰여 진 커다란 간판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건물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모서리가 부서진 간판은 꽤 낡아 보인다. 장례식장 앞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일행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하나같이 씁쓸한 표정으로 어떤 곳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에서 묘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그들을 뒤로 한 채 장례식장으로 내려갔다. <상주 박성근 제 1 장례식장> 우측으로 돌아 <1장례식장>이라고 쓰인 얇은 플라스틱 간판이 붙여진 문을 열었다.
게시글 공유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