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뭘 하던 어떤 일이 일어나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

Posted by 트럼프h
2016. 6. 23. 14:54 카테고리 없음

 

 

 

 

 

 

 

누가 뭘 하던 어떤 일이 일어나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

 

 

 

 

 

 

 만약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해도 나는 눈물 한 방울 안 흘렸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확신한다. 누군가가 내게 그것으로 내기를 건다면 응할 자신도 있다.

그때 나는 그런 내 상태를 타개할 마지막 수단을 떠올렸다. 죽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을 두렵게 생각한다. 실제로도 두려운 이야기다. 죽음이라니. 그 이상의 무거운 주제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때 나는 그 무거운 것을 간단하게 생각할 만큼 지나치게 가벼워져 있었다. 어차피 내가 사라지더라도 세상은 알아서 잘 굴러갈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굳이 아등바등하면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내가 그렇게 살아야 이유를 잃어버리면서 네 개의 선택문이 생겼다. 그래도 살던가. 목을 매달던가. 약을 먹던가. 벼랑에서 떨어지던가. 나는 적어도 첫 번째는 선택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감정에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은 첫 번째를 선택한다.

 

 

 

 

 

수업이 끝나자 나는 가방을 싸면서 내일까지 준비해야 하는 참고서 목록을 확인했다. 친구가 와서 내일 야구장에 가자고 했다. 시간과 약속시간을 정하고 학교를 나왔다.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나는 버스정류장을 향하면서 어떻게 죽을까라고 생각했다. 죽기 적당한 장소는 많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가장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 떨어지는 게 가장 간단하고 쉬웠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본 반쯤 지어진 채 방치된 빌딩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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