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거의 도착해서야 나는 내가 생수를 사지

Posted by 트럼프h
2016. 7. 18. 13:58 카테고리 없음

 

 

 

 

 

 

집에 거의 도착해서야 나는 내가 생수를 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집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린다. 그리고 생수 한 병을 산다.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은 PC방의 주인과 다르게 나에게 웃으면서 내가 생수의 값으로 지불하는 돈을 받는다. 나는 그 호의적인 웃음이 부담스럽다. 오히려 PC방의 주인의 기계적인 태도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내가 생수를 산 것은 목이 말라서가 아니다. 이미 내 몸에는 충분한 수분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분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건 순전히 그 방법 때문이다.

 

 

 

 

 

집에 도착한 나는 이불위로 몸을 쓰러뜨린다. 마지막으로 세탁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눅눅한 이불위에 누워서 잠을 청한다. 다섯 평정도 되는 아주 작은 방이다. 그리고 다 낡아서 언제 스스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천장과 바람이 불면 금방 힘없이 깨져버릴 것 같은 창문들은 그야말로 간신히 방의 기능을 하고 있는 내 방 모습의 전부이다. 방 한쪽 끝에 놓여 있는 작은 통이 나의 눈에 들어온다.

 

 

 

 

나의 눈길이 거기에 머문다. 그 통에는 나를 해방시켜줄 마법의 약이 들어있다. 가끔씩 이런 날이 있다.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잠이 확 사라지고 지독히도 잠이 오지 않는 날이 말이다.

두 주 전에 그럴 때를 대비해 수면제를 샀다. 그리고 그 마법의 약은 나를 꿈속 세상으로 데려다 주었다. 한 주 전이었던 것 같다. 그날도 수면제를 먹으려는데 내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자리 잡았다. 어제와 다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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