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비꼰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 속을 알 수 없었다

Posted by 트럼프h
2016. 8. 3. 12:57 카테고리 없음

 

 

 

 

 

 

분명 비꼰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 속을 알 수 없었다

 

 

 

 

 

 

 

 

 

 나는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나영은 그저 됐다고만 보내왔다. 그렇게 나오니까 도무지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약간 짜증도 났다. 나는 그때 그냥 이대로 연락을 끊어버릴까 고민했다. 어떤 말을 보내야 할지 몰라서 휴대폰 번호판 위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내가 사는 B동의 입구로 올라갔다.

 

 

그때까지 휴대폰만 보고 있다가 아파트 입구의 계단을 두 칸 정도 올라갔을 쯤에서 고개를 든 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아파트 입구에 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주위가 어두워 정체모를 커다란 무언가가 세워져 있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앞에 뭐가 있어서 순간적으로 놀란 것뿐이었다. 뒤로 물러나며 실수로 발을 헛딛을 뻔 했지만 겨우 아래의 계단을 딛고 균형을 맞춰 섰다. 다시 보니 그것은 어떤 여자였다. 내 등 뒤에 선 가로등 빛에 의해 여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 나는 그 모습에 더 놀랐다. 키가 아주 크고 뼈에 살가죽만 겨우 붙어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마른 여자가 입구에 기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눈에 그 여자가 옆집에 사는 여자라는 걸 알았다. 여자는 내가 한참이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여자의 두 눈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 있었고 입은 반쯤 벌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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