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30분 쯤 되어서 포항에 도착했다

Posted by 트럼프h
2016. 5. 14. 19:02 카테고리 없음

 

 

 

 

 

 

 

 

830분 쯤 되어서 포항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져온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나는 내리면서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인사였지만, 건성으로 어 그래.”라는 성의 없는 대답에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 일일이 대꾸할 시간조차 매우 아까운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에게 올 연락을 기다리는 듯 인사를 무시하고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저씨 사람이 인사를 그런 식으로 받으면 안되죠!’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말을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삭힐 뿐이었다. 과민반응 할 필요는 없었다. 밤바다처럼 조금씩 흔들리는 감정을 추스르며 버스에서 내렸다. 상쾌한 바다내음을 기대했건만, 거대한 버스 꽁무니에서 나오는 매연 냄새와 문 열린, 화장실 바닥에 미끈하게 칠해진 왁스 냄새 밖에 나지 않았다. 터미널은 평일이라 그런지 썰렁했다.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터미널? 맞은편에서 택시타고 선린병원으로 오면 될 거야. 선 린 병원. 가까우니까 택시비 걱정 말고, 아마 요금이 3000원 정도밖에 안 나올 거다.”

선린병원요? 알겠습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선린병원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대꾸도 없이 요금정산기의 버튼을 눌렀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그 지역 지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택시를 타면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였다. 왠지 먼 길로 돌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창문을 내리고 멍하니 포항의 밤거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바람이 차가웠다.

예상대로 택시는 죽도시장 주변을 두어 번 맴돈 후, 북부해수욕장 근처의 선린병원으로 나를 안내했다. “길이 막혀서 약간 늦었네요.” 택시기사의 능청스러운 변명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 ‘누굴 바보로 아나? 일부러 시장 옆 샛길로 돌아온걸 알고 있는데.’ 3000원 정도 나올 거라는 형의 말과는 달리 요금정산기에는 5900이라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병원의 정문 오른쪽,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파란색 바탕에 흰색글씨로 장례식장이라고 쓰여 진 커다란 간판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건물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모서리가 부서진 간판은 꽤 낡아 보인다. 장례식장 앞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일행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하나같이 씁쓸한 표정으로 어떤 곳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에서 묘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그들을 뒤로 한 채 장례식장으로 내려갔다. <상주 박성근 제 1 장례식장> 우측으로 돌아 <1장례식장>이라고 쓰인 얇은 플라스틱 간판이 붙여진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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